하나를 오래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게 눈에 들어오면 밤새 빠졌다가, 어느 날 마음이 식는다. 싫어진 것도, 막힌 것도 아니다. 그냥 안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스스로 끈기가 없다고 여긴다. 영상은 이 성향을 약점이 아니라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성향으로 본다. 웹툰을 그리다 예능을 하고 화가가 됐고, 이제 마라톤까지 뛰는 기안84. 영화과를 그만두고 LA에서 녹음을 배우고, 영어 강사를 하다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문화를 알려 주는 채널로 뜬 명예영국인. 한 가지만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멀리 간 사람들이다.
왜 금방 질릴까. 호기심에는 두 종류가 있다. 모르는 게 있으면 찜찜해서 채우고 싶은 호기심, 그리고 처음 보는 걸 찾아 나서고 싶은 호기심. 여러 연구를 모아 보면 창의성과 더 세게 이어진 건 뒤쪽이다. 이 호기심은 새것을 연료로 탄다. 처음엔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지만, 익숙해지면 연료가 떨어진다. 질리는 건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연료가 다 타서다. 웹툰 작가 김풍이 자취하다 요리에 빠진 것도 이 연료였다. 배운 적 없이 궁금한 대로 만들어 봤고, 셰프들 틈에 끼어 나간 요리 방송에서 오히려 떴다.
영상은 질린 관심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다고 말한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309명의 관심사를 3년 동안 따라가 본 연구에서, 관심 하나가 식어도 관심의 개수는 대개 줄지 않았다. 점점 좁혀 간 사람은 23%였고, 그들도 끝까지 여러 개를 들고 있었다. '언젠가 하나로 정리해야지'는 대부분에게 맞지 않는 기준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질렸다고 스스로를 채점할 필요는 없다.
다만 넓기만 하면 수집가로 남는다. 영상은 여러 관심을 무기로 바꾸는 힘을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깊이다. 깊이는 오래 머무는 데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부딪혀 보는 데서 나온다. 외국 경험을 다룬 연구가 그랬다. 외국에 산 시간이 길수록 창의력 문제를 더 잘 풀었지만, 여행을 많이 다닌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산 시간의 효과도 결국 그 나라에 얼마나 적응했느냐로 설명됐다. 머문 시간보다 부딪힌 경험이 남는다.
둘째는 엮는 힘이다. 관심이 여럿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운동하는 나와 요리하는 나가 따로 살면,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섞이지 않는다. 관심끼리 서로 말을 걸어야 한다. 김풍은 만화와 요리를 두고 둘 다 창작이라 닮았다고 했다. 전혀 다른 두 관심을 하나의 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자리다. 일을 잘게 쪼개 한 조각만 맡기는 곳에선 여러 재능이 좁은 폭으로만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맡아야 한 사람 안의 재능들이 한 줄로 이어진다. 충주맨이 시청 유튜브를 기획부터 편집까지 혼자 맡으면서 드러난 것처럼. 다능인이 제값을 받는 건 통으로 맡는 자리다.
내놓을 때는 하나만 얹는다. 아는 걸 전부 섞어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려는 게 다능인이 흔히 하는 실수라고 영상은 짚는다. 로제의 'APT.'는 모두가 아는 팝 위에 한국 술자리 게임 하나를 얹었다. 판이 익숙하니 사람들이 들어오고, 낯선 하나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판은 익숙한 걸로 깔고, 낯선 건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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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하는 값이 거의 사라졌다. 처음 보는 분야도 AI에게 물어 가며 주말이면 첫 결과가 나온다. 앱 하나, 영상 하나, 글 한 편. 금방 질리는 사람에게는 좋은 시대다. 다만 하다 만 것도 그만큼 빨리 쌓인다. 수집가로 머물기도 쉬워졌다.
반대로 늘어나는 것도 있다. 혼자서 끝까지 가 볼 수 있는 일이다. 예전엔 기획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알리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일이 끝까지 갔다. 이제는 모자란 손을 AI가 거들어 주니 한 사람이 끝까지 해낼 수 있다. 영상이 말한 다능인이 제값을 받는 자리가 늘어나는 셈이다. 그 자리에서 가르는 건 몇 개를 건드려 봤느냐가 아니다. 하나라도 들어가 부딪혀 봤는지, 그걸 다른 것과 이어 밖에 내놔 봤는지다.
책상 구석에 밀려난 것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쥐어 볼 하나는 무엇인가.
기사찾아 나서는 호기심은 찜찜해서 채우는 호기심보다 창의성과 두 배 넘게 세게 붙어 있다
확인숫자는 맞다. 연구 10편, 2,692명을 묶은 분석에서 0.48 대 0.20이다. 다만 0.48의 95% 구간이 0.09~0.74로 넓어 두 배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 더 큰 차이는 재는 방법에서 났다. 창의성을 본인이 매기면 0.52, 남이 채점하면 0.16이었다
기사3년을 따라가 보니 관심이 좁혀진 사람은 23%뿐이었다. 나머지 77%에겐 하나로 정리되는 날이 평생 오지 않는다
확인23%는 맞다(309명 중 70명). 좁혀 간 사람들도 평균 열다섯 개쯤에서 시작해 줄다가 멈췄다. 다만 3년 연구라 평생까지는 말할 수 없다. 접었던 관심이 다시 올라왔는지도 이 연구가 따로 센 것이 아니다. 목록이 다섯 개보다 적으면 연구자가 빠진 게 없는지 다시 물은 설계이고, 중도 탈락이 많아 비율이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저자들이 적었다
기사여행 다닌 시간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적응을 함께 넣자 오래 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확인방향은 맞고 세기는 과장이다. 미국 MBA 205명 연구에서 여행한 시간은 상관이 없던 게 아니라 작게 반대였다(p=.049). 산 시간은 그 자체로 문제 풀이와 이어졌다(p=.039). 유럽 MBA 133명 연구에서 적응 정도를 넣자 그 효과가 적응 쪽으로 넘어갔다. 중요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적응을 거쳐 났다는 뜻이다. 2023년 스위스 대학생 336명 연구에선 외국 생활과 창의성의 관계가 다시 나오지 않았다
기사아시아 재료만, 미국 재료만, 섞은 재료를 사람마다 나눠 주고 창의적인 요리를 몇 개 떠올리는지 봤다
확인진행 방식이 다르다. 아시아계 미국인 61명이 쟁반 세 개를 모두 봤다. 직접 요리한 게 아니라 몇 가지를 만들 수 있을지 어림했고, 쟁반마다 레시피를 하나씩 써서 채점받았다. 두 문화를 한 덩어리로 느끼는 사람이 섞은 쟁반에서만 더 창의적이었다는 결론은 맞다
기사통으로 해 본 사람이 통으로 일하는 팀에 갔을 때 팀이 제일 잘 굴러갔다
확인초록에서 확인한 건 두 가지다. 통으로 해 본 사람을 받은 팀이 한 조각만 해 본 사람을 받은 팀보다 나았다. 해 본 방식과 팀의 방식이 맞을 때도 더 나았다. 그 조합이 제일이었는지는 본문이 유료라 확인하지 못했다. 세 명씩 짠 실험실 연구다
기사익숙한 것만 섞은 논문도, 낯선 것만 섞은 논문도 안 떴다. 익숙한 것 위에 낯선 걸 조금 섞은 논문이 크게 뜰 확률이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됐다
확인두 배 가까이는 맞다. 인용 상위 5%에 든 비율이 9.11%, 기준은 5%다. 다만 한쪽만 높은 논문은 안 뜬 게 아니라 평균 수준이었다(5.82%, 5.33%). 둘 다 낮은 논문이 2.05%로 가장 낮았다. 잰 것은 논문이 인용한 학술지의 조합이고, 이 지표가 새로움보다 여러 분야를 섞은 정도와 겹친다는 2020년 검증도 있다
기사노벨상 받은 과학자는 관심 분야가 둘 이상인 사람이 하나뿐인 사람보다 두 배 많았다
확인물리학상과 생리의학상 기준으로 맞다. 경제학상은 열아홉 배였다. 다만 이 논문의 새 분석이 아니라 같은 저자들의 2020년 통계 연구를 옮긴 대목이다. 수상자끼리 비교한 것이라 넓어서 상을 받았다는 뜻은 아니고, 저자들도 교육 기회와 집안 형편이 한몫했을 거라고 적는다
2026.09.30에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