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안 쓰던 사람들이 요즘 글을 쏟아낸다. 설계 문서, 사업 계획, 회의록, 고친 코드에 붙이는 설명. Tesla에서 분산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 한 사람이 매주 그걸 읽는다. 틀린 데는 없다. 그런데 읽히지 않는다. 그가 든 예 중 제일 지독한 건 이렇다. 자기가 남긴 의견을 누가 AI에 넣어 요약한 다음, 그걸 답장이라고 보내왔다.
빠진 것은 정보가 아니다. 고친 코드에 붙은 설명을 보면 무엇을 바꿨는지는 빼곡하다. 없는 건 왜 하는지, 얼마나 위험한지, 어디서 내 의견이 필요한지다. 설계 문서도 같은 꼴이 된다. 다 만들어 놓고 나중에 요약해 붙이니, 같이 정하자는 제안이 아니라 이미 끝난 일의 보고서가 된다. 사람이 판단한 자리가 통째로 비어 있다.
이 글의 핵심은 여기다. 맥락은 시킨 사람한테만 남는다. 시킬 때 당신은 무슨 제약이 있었는지, 어떤 자료를 봤는지, 무엇을 빼기로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 읽는 사람은 그 과정을 한 번도 못 봤다. 영수증 없는 정산서를 받은 셈이다. 숫자는 다 맞는 것 같은데 어디서 나왔는지가 없으니 받은 쪽이 하나씩 다시 계산한다. 보내는 데 5분, 읽는 데 30분. 일이 줄어든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다.
읽는 쪽은 그 계산을 오래 해 주지 않는다. 개발자 668명에게 물은 조사가 같은 글에 실려 있다. AI가 쓴 것 같으면 78%가 그 자리에서 읽기를 멈춘다. 71%는 그 사람 글을 앞으로 피한다. 어설퍼도 본인이 쓴 글이 낫다는 답이 98%였다. 못 써서 떠나는 게 아니다. 아무도 안 쓴 글이라서 떠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AI 금지 선언 같다. 아니다. 글쓴이는 최근 논문 한 편을 AI와 같이 썼다. 자기가 쓴 문단을 소스코드와 운영 기록에 대조시켰고, 인용을 채우게 했고, 도표를 그리게 했다. 전문가 네 사람이 못 본 표기 오류도 AI가 잡아냈다. 통째로 맡긴 데가 딱 한 군데 있는데, 논문 맨 앞의 요약이다. 가장 기계적이고 사람 냄새가 필요 없는 자리라 그렇다. 반대로 코드를 보여 주고 문단을 대신 써 달라고 한 것은 단 한 번도 쓸모가 없었다고 적는다.
그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은 어떤가. 원문에 이 대목이 없다. 조사에는 있었고, 번역이나 문법 때문이라면 다르게 보겠다는 답이 23%였다. 야박하다. 다만 선을 긋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인 개발자 한 사람은 자기 블로그에 적어 두었다. 생각과 문장은 자기가 쓰고, 시제와 단어 고르기만 맡긴다고. 없는 것을 만들게 하느냐, 있는 것을 고치게 하느냐. 선은 거기 그어져 있다.
글쓴이가 마지막에 걱정하는 것은 그 선이 지워진 뒤다. 기계가 늘려 쓴 글을 사람이 다 못 읽으니 기계에 넣어 줄인다. 줄인 것을 읽고 다시 기계로 늘려 답한다. 쓴 사람도 읽은 사람도 없는데 문서만 오간다. 그는 이렇게 되어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거라고 적는다. 얕아지는 일은 이미 진행 중이라서.
인사이트
한국 사무직 열에 일곱이 생성형 AI를 써 봤다(71.9%). 국민 전체로도 44.5%, 1년 새 11.2%p 올랐다. 내가 받는 문서에도 기계가 늘려 쓴 글이 섞여 있고, 내가 보내는 문서도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쓰지 말자는 말은 늦었다. 쓰되 어디까지 맡기느냐가 남는다.
읽는 쪽부터. AI가 줄여 준 것을 읽은 것과 직접 읽은 것은 다르다. 요약에는 결론만 남고 왜 그렇게 됐는지가 빠진다. 훑고 넘길 것은 줄여 읽어도 된다. 다만 내가 판단해야 하는 문서는 원문을 열어 끝까지 읽는다. 잘못 판단한 값은 요약이 아니라 내가 치른다.
쓰는 쪽도 같다. 대신 써 달라고 하지 말고, 내가 쓴 것을 자료에 대조시킨다. 원문 글쓴이가 그렇게 해서 전문가 넷이 못 본 오류를 잡았다. 맞춤법을 고치고 문장을 다듬는 데까지는 맡겨도 된다. 다만 무엇을 말할지와 왜 그렇게 정했는지는 내 문장이어야 한다. AI가 다듬은 문장보다 서툴러도 본인이 쓴 문장이 낫다는 답이 98%였다.
오늘 받은 문서 중에 원문을 열어 끝까지 읽은 것은 몇 개인가. 오늘 보낸 글 중에 내 문장은 어디였나.
기사AI가 쓴 것 같으면 78%가 그 자리에서 읽기를 멈춘다
확인조사는 실재한다. 2026년 6월 발표, 응답 668명. 다만 X·링크드인 같은 데 뿌린 익명 조사다. 조사한 사람도 응답자가 누구인지는 보장 못 한다고 적어 두었다. 주제가 화제라 관심 있는 사람이 몰렸다는 것도 본인이 인정한다. 세상의 78%가 아니라 답한 사람들 중 78%다
기사전문가 네 사람이 못 본 오류를 AI가 잡았다
확인글쓴이 본인의 기록이다. 논문 한 편, 오류 하나. 한 문단에서 기호를 잘못 쓴 것이라고 적어 두었다. 일반화할 크기는 아니다
원문 (2026-09-20)
기사AI로 쓴 글은 읽지 말아야 한다
확인원문이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같은 글에서 논문 맨 앞 요약은 AI가 쓴 것을 그대로 뒀다고 밝힌다. 가장 기계적인 대목이라 맞다고 봤다. 금지가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 문제다
원문 (2026-09-20)
기사기계로 사람 글인지 가려낼 수 있다
확인원문이 소개한 판별 도구는 오탐이 100만 건에 41건이라고 한다. 파는 쪽 발표다. 제3자 검증도 있다. 다만 2023년에는 상용 판별기 일곱 개가 비원어민 영어 에세이 91편 중 평균 61.3%를 AI 글로 잘못 짚었다. 원어민은 5.1%였다. 도구가 달라졌다는 것이지 판별에 맡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기사비원어민은 사정이 다르지 않나
확인원문에 이 대목이 없다. 조사에는 있었고 23%만 다르게 보겠다고 답했다. 선을 긋고 쓰는 사람도 있다 — 프랑스인 개발자 한 사람은 생각과 문장은 자기가 쓰고 시제·단어 고르기만 맡긴다고 자기 블로그에 밝혀 두었다
2026.09.23에 확인했습니다.